New Eden: Science Fiction Mythologies Transformed

낙원을 향한 인간의 오랜 갈망은 낙원이 지구 상 어느 외진 곳, 하늘의 영역 혹은 심지어 다른 행성에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 고대 종교 문헌으로부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유토피아의 한 예시로 전설의 땅 샹그릴라는 이번 갤러리 예술 작품의 주제입니다.

샹그릴라는 1933년, James Hilton 소설 Lost Horizon(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이 소설은 Frank Capra에 의해 영화로도 각색되었습니다. Hilton은 티베트 산맥에 숨겨진 조화로운 낙원을 세상의 모든 고난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지속 가능한 행복과 평화의 장소로 묘사했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지속적이고 문제적인 고정관념에 대한 영속화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탈 유토피아는 공상과학의 여러 신비로운 장소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2001년, 이러한 신화를 현실화하고자 중국 정부는 윈난성 중뎬현의 이름을 샹그릴라시로 변경하였습니다. Lost Horizon(잃어버린 지평선)이 제시한 이상적 모습과는 달리, 현실 세계의 낙원에서 사는 것은 어려움과 복잡함이 존재합니다.

공상과학은 소위 유토피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숨겨진 사회 문제를 종종 폭로합니다. 이를 통해 낙원을 찾는 것이 진정 행복으로 이르는 길인가에 대해 자문합니다.

평행 우주 및 차원 간 여행을 비롯한 대중적 공상과학의 개념들은 아시아 철학과 영성의 중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발상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아시아-서양의 관계를 파악하고 불교와 도교, 자이나교, 동남아시아 민속 문화의 영성적 전통과 19~21세기에 걸친 하나의 장르로서의 공상과학의 등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머나먼 미개척의 영역으로 가는 길을 꿈꾸며 지식의 경계를 넓히는 신비로운 여정을 해왔습니다. 서양에서는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작품들을 비롯해 엄선된 문학, 영화를 중심으로 이러한 발상을 공상과학 소설에 담아왔습니다.

싱가포르의 아시아 문명 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 컬렉션을 통해 동양의 전통을 만나보세요. 이번 컬렉션으로 초월과 천상의 세계로 가는 관문, 평행 세계와 같은 개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Shilpa Gupta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두 개의 전통이 하나로 묶여 영적 사상과 서양 문학의 교차점이 완성됐습니다.

공상과학 영화 및 소설은 지구의 생명체와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생태적 재앙에 의한 아포칼립스 그 이후의 비전부터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보다 유토피아적 견해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운명은 공상과학계에서 언제나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입니다.

새로운 생태계, 인간과 다른 생명체 간의 새로운 관계, 미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영화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챕터의 작품들은 모든 역경을 딛고 변화하며 번성할 수 있는 자연이 지닌 잠재력을 살펴봅니다. House of Natural Fiber는 힌두교의 영성과 공상과학을 결합해 생명의 기원을 살피고 아티스트 PACK, Soe Yu Nwe, Chok Si Xuan은 변형과 혼종성 현상을 탐구합니다.

이 같은 예술적 제안과 영화의 일부는 보다 희망적이고 회복력있는 생태계의 미래를 예상하는 동시에 지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던지며 생태학적 사고에 대해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구와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순간이동, 공중부양은 공상과학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이 두 개념은 모두 아시아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고대 신앙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아티스트, 문경원과 전준호는 설치 작품 The Ways of Folding Space and Flying(축지법과 비행술)을 통해 이러한 개념을 그려냅니다.

작품의 제목은 한국의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고대 도교 수행의 기법에서 온 두 단어로부터 차용했습니다. 축지법이란 물리적 거리를 단축하는 방식을, 비행술이란 시공간을 가로질러 공중을 비행하며 여행하는 초자연적 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발상은 수백 년에 걸쳐 도교 수행자들에 의해 육신이 지닌 한계와 자연의 힘으로부터 심신의 구속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서 연구되어 왔습니다. 공간을 접고 시간을 날아간다는 개념은 종종 서양의 공상과학 주요 주제로 다뤄지며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문경원 및 전준호의 비디오 설치 작품은 전 세계가 물로 뒤덮인 먼 미래를 배경으로 인류 문명의 예술과 창조성의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던집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아시아의 문화 유산과 전통 공예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영성적 전통과 신화, 공상과학의 이야기를 엮어 보다 포용적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려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아티스트들은 정신과 형식에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녹여내 보다 더 다양해지는 세계 속에서 소속감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Saya Woolfalk의 사변적 공상 설치 작품은 인간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지닌 인종적, 민족적 정체성이 혼재된 여성들로 구성된 가상의 공동체인 Empathics가 살아가는 세계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Woolfalk에게 Empathics란 여러 문화가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미래에 대한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원의 내부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Anne Samat의 설치 작품은 말레이시아 직조 기법과 현대적 소재를 사용하고 인도의 전통 모티프로부터 영감을 받은 토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그녀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조적 가교로서 작용합니다. 두 아티스트 모두 미래적 요소를 담아낸 아시아의 친숙한 전통적 모티프를 제시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기 공상과학 영화는 호러의 요소를 과학과 혼합해 미지의 세계에 대해 인류가 지닌 집단적 공포를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영화에서 대체로 여성은 희생자로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영향력 있는 영화학자 Barbara Creed는 장르 영화에서의 여성 묘사를 비판하기 위해 “괴물 같은 여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여성을 다루는 이 같은 가부장적이고 일차원적 표현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반면, 유명한 아시아 신화와 민속학에서는 종종 괴물을 여성의 모습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힘있는 여성, 소외된 사람들은 때때로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신해 복수를 하는 인물상으로 묘사된 것입니다.

전시의 이번 섹션에서는 이 같은 서사를 도치시켜서 기이한 여성 캐릭터를 활기차고 힘있는 모습으로 포지셔닝합니다. 이 챕터의 아티스트들은 관점의 변화를 부르며 여성에 대해 보다 진솔한 묘사를 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되찾고 시간과 문화를 초월해 전달할 수 있는 힘의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화는 한 문화가 지닌 그들만의 신념, 관습을 담아낸 전통 설화입니다. 공상과학은 때론 이러한 신화로부터 문화적 요소를 차용해 고대의 이야기와 미래상을 연결하곤 합니다. 이번 챕터의 아티스트들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흔히 접하는 이야기를 대안적 세계와 미래의 모습으로 담아 신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Sputniko의 드라마틱한 설치 작품은 운명의 상대와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손가락이 연결되어 있다는 중국의 신화에서 기원하는 동아시아의 신앙인 "운명의 붉은 실"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Sputniko!는 이러한 신화를 물리적 형태로서 표현했습니다. 그녀의 붉은 실 설치 작품은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담긴 비단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누에가 만들었다는 설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공상과학 비디오는 이전에는 신화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생물을 인간이 곧 창조하게 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Re-fabricated Realities라는 제목의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 6명이 아시아의 신화와 역사, 문화를 공상과학으로 결합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Gridthiya Gaweewong과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이 큐레이션한 일부 실험적 영화와 비디오, 아트, 애니메이션 작품은 대안적 세계와 미래의 모습을 담아내는 동시에 신화와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를 비평하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아시아의 문화는 고정관념과 잘못된 도용에 의해 서구 공상과학계에서 잘못 표현되거나 소외 당해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화 및 문학계에서는 아시아만의 표현 기법을 통해 공상과학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번 챕터의 아티스트들은 이 같이 시대에 뒤처진 문화적 클리셰가 주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아시아의 목소리에 대해 보다 대안적이고 진정성있는 표현을 제시합니다.

Mariko Mori의 상징적 비디오 작품은 동양의 신비주의와 서양의 공상과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Astria Suparak의 작품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아시아 문화에 대한 표현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반면, Cao Fei는 자신만의 영화적 공상과학 세계를 고안해 냅니다. Liu Xiao Fang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녀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기이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티스트 이불의 시선을 사로잡는 분해되고 펴진 여성 사이보그 신체는 환상과 생명공학의 진화가 만나는 공간에 대한 그녀의 강한 흥미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주체성을 되찾아 나아가고 있는지, 보다 포용적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생각을 고무합니다.